
"붉게 물든 가을의 끝자락에서, 하얀 설경으로 스며드는 선율이 흐른다"
29일 오후 5시 광주 남구 송하마을 황순칠갤러리(송하동 124-2)에서 '제21회 고담 황순칠 음악회'가 열립니다.
이번 무대는 한 예술가의 오랜 시간과 마음이 담긴 따뜻한 송년의 인사이면서 어린 딸과의 추억을 담은 무대이기도 합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던 어린 딸은 어느덧 25살이 되었고, 피아노를 전공해 대학원까지 마쳤습니다.
그 시작점에는 아버지 황순칠 작가의 예술적 삶이 깊이 닿아 있습니다.

황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즐기며 자랐고, 20대 초반 광주로 올라와 동양화를 공부하는 한편 국악원에서 대금을 배웠습니다.
이후 전남대 국악과 김광복 교수에게 피리를 사사하며, 음악과 미술을 삶의 언어로 삼아왔습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붓을 움직이면, 선율과 리듬이 선과 면으로 살아난다"며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작의 기쁨을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21년 동안 딸 황상희 양과 협연한 음악가들의 면면도 눈길을 끕니다.
대금 명인 원장현, 첼리스트 윤소희, 기타리스트 서만재, 바이올리니스트 이창훈·이종만, 피아니스트 서현일·박의혁, 바리톤 정찬경, 소프라노 김선희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음악가들이 무대를 빛냈습니다.

이들은 유럽과 미국에서 수학한 연주자들로, 몇몇은 음악회와 인연이 닿아 두 차례 이상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음악회는 소박한 화실 무대를 넘어 광주시민회관, 유스퀘어 금호아트홀 등 전문 공연장으로 무대를 넓히며 대담성을 키워왔습니다.
2015년 광주시민회관에서는 관객이 몰려 입석까지 생기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중학생 황 양이 쇼팽의 <흑건>을 연주하다 암보를 잊고 멈추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관객은 웃으며 박수를 보냈고, 그날의 장면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지난해에는 공연을 준비하고도 윤석열 정부의 '12·3 계엄 상황'으로 인해 공연이 무산됐습니다.

20년 동안 단 한 해도 빠지지 않았던 음악회가 처음으로 열리지 못한 해였습니다.
이번 21회 음악회는 황 작가의 독주 무대로 꾸며집니다.
첫 곡은 바이올린 연주로 선보이는 'When You and I Were Young' (메기의 추억). 이어 피아노로 'Tombe La Neige'(눈이 내리네), 그리고 즉흥 아리랑이 연주될 예정입니다.

황 작가는 이번 음악회에서 화순 운주사의 겨울 풍경을 주제로 한 회화들도 함께 선보입니다.
화폭에는 눈이 켜켜이 쌓인 운주사의 사찰과 눈 속 폭포 등 겨울 특유의 정취를 담은 풍경이 담겼습니다.
최근 무등갤러리에서 선보였던 서예 작업 일부도 함께 소개돼 황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음악과 그림, 세월과 기억이 어우러진 황순칠 음악회는 올해도 변함없이 관객에게 따뜻한 송년의 선물을 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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