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목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영천 시인이 열 번째 시집 『아직도 사람을 믿는다』(시와사람刊)를 출간했습니다.
항구도시에 살면서 오래 다져진 펜의 근력으로 튼실한 시를 써온 그는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남도의 서정을 노래해 왔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실존방식을 자신의 일상에서 깊은 사유로 길어 올리고 있습니다.
존재의 실존방식에 대한 시인의 탐구는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습니다.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 등의 그늘을 비판과 성찰을 하면서도 건강한 삶을 모색하는 시편들은 아포리즘(aphorism·잠언)을 담고 있습니다.
사회적 현상에 몰두하면서도 따스한 인간애를 발현합니다.
소박하면서도 작지 않은 인간을 향한 깊은 사유가 깃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유토피아를 지향합니다.
자신은 물론 세계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태도가 매우 건강하고 긍정적입니다.
나비 두 마리가
꼼짝하지 않고
마주 보고 앉았네
맞수끼리 앉아
초읽기 바둑을 두는 듯
벌써 몇 시간째 그러고 있네
사랑은 전광석화처럼 오는 것
그러나 사랑은 천천히 다가서야
오래 가는 것
저들은 이미 꿰뚫어 아는 것 같네
(부처나비 中에서)
특히 김영천 시인의 주목되는 시적 경향은 생명성 탐구입니다.
시편들은 지구환경의 위기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생명의 본질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생명의 연속성은 그 근간에 사랑이 전제되며, 사랑이 가장 원시적이고 원초적인 생명의 근원임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의 생명 시학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은 실존방식에 대한 진중한 사유를 드러내고 있어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집니다.
또한 시 형식에 있어서도 독자친화적입니다.
최근 우리 시들이 지나친 난삽과 굴절우회로 서정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를 지양하고 독자들이 쉽게 접근하면서도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김영천 시인은 전라남도문화상, 목포문화상, 송암예술문화상, 창조문학대상, 전남문학상, 전남시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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