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 주부 문화답사 동아리 '아미고'

작성 : 2025-07-12 09:00:04
'끼' 넘치는 8명 모여 끈끈한 '우정'
서로 존중해주고 배려 선한 영향력
유럽, 중국, 국내 여행하며 안목 넓혀
"가족처럼 돈독한 관계 계속 이어갈 것"
인문학에 이끌려 20년 세월 함께 '웃고 떠들고'

▲ 목포 근대문화유산 답사(2018.03.12)

60대 이은주(전. 논술지도사) 씨는 매주 화요일마다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벌써 20년째 지속하고 있는 이 모임의 이름은 '아미고(我美GO)'.

'친구'라는 의미의 스페인어 단어 '아미고'에 '나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2005년 무렵 광주여성발전센터 인문학강좌에서 처음 만난 회원들이, 수업 후 자율답사를 다니면서 서로에 대해 동질감을 느껴 모임을 결성했다고 합니다.
◇ 2005년 인문학 강좌에서 처음 만나
"마지막 수업 때 '호남의 정자 문화'에 대한 강의가 있었어요. 강사님이 가까운 곳에 만귀정(晩歸亭)이라는 정자가 있다고 알려주시더군요. 강의가 끝난 후 찾아갔더니 정말 너무나 아름다운 거예요. 그 이후 문화재를 하나하나 찾아다니기 시작했죠."

당초 10명으로 시작했다가 2명이 서울 이주 등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고 현재 활동하는 회원은 8명.

회장을 맡고 있는 이은주 씨를 비롯 조월심, 최혜숙, 김정순, 황수복, 김성심, 이향림, 이영미 씨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 답사자료를 함께 공부하는 회원들

대부분 전업 주부들로서 가정에 충실한 삶 속에서, 역사와 문화 등 내재되어 있던 인문학적 관심과 소양을 여행과 답사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2년간은 무작정 서로가 좋아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만나는 데 의미를 두었죠. 그러다가 나주 박태후 화가의 작업실 정원을 탐방한 날 정규 모임 '아미고'를 출범하기로 뜻을 모았죠."

자주 만나서 서로를 알게 되다 보니 정서의 교감이 이뤄지고 가치관이 비슷해 동아리를 꾸리기로 한 것입니다.

당시 30대~50대였던 풋풋했던 회원들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만큼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50대와 70대의 신중년에 이르렀습니다.

▲ 담양 남산리 5층 석탑 답사(2021.09.28)

◇각자의 개성이나 특징에 호감
또한 서로 함께 한 날들이 쌓이면서 각자의 개성이나 특징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왕언니 격인 70대 중반 조월심 씨는 귀여운 외모의 아담한 체구이지만 양가 대가족을 씩씩하게 이끈 품만큼 인자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혜숙 씨는 조 씨와 초등학교 동창 관계이며, '최마담'으로 불릴 정도로 위트와 센스를 갖췄으면서도 이지적인 면모로 모임의 기억저장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역시 70대인 김정순 씨는 '신토불이'를 고수하며 된장과 고추장을 직접 담글 정도로 전통음식 요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또한 답사지 발굴에도 책임감과 열정을 보여주어 모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답니다.

'식물박사'로 통하는 황수복 씨는 호기심이 많아 답사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이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닉네임이 '소피아로렌'일만큼 서구적인 외모에 깊고 지혜로운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60대 김성심 씨는 외유내강형으로 조용하나 한결같은 열정으로 모임의 중심을 잡아주며, 봉사활동도 활발히 하면서 색소폰 연주에 남다른 소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울산이 고향인 이향림 씨는 광주에서 어린이도서연구회 활동을 오랫동안 활발히 해왔으며 특히 세월호 희생자추모 시민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남에서 한국어교육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막내 격인 50대 초반 이영미씨는 시낭송가이면서 지역사회 자치활동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넘치는 애교와 사랑스러운 유머 감각으로 모임에 밝은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 광주 고려인마을 답사(2023.09.19)

◇ 가족들의 성원 덕분에 단단해져
이처럼 회원들간 나이 차이도 크고 하는 일도 다양하지만 저마다의 개성을 발휘해 끈끈한 관계로 뭉치게 되었습니다.

"20년을 함께 하다 보니 서로 가족들까지 다 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화요일이면 가족들이 먼저 어디 가느냐고 관심을 보일 정도로 지지를 받고 있죠."

이은주 회장은 기 센 여자들이 이처럼 오래도록 모임을 단단하게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가족들의 성원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어쩌면 어머니와 딸 같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합(合)'이 잘 맞는 것은 서로의 개성을 존중해주고 배려해 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미고' 회원들은 그동안 해외답사여행도 몇 차례 함께 다녀왔습니다.

▲ 나치본부가 있었던 독일 뉘른베르그(2017.06.08.~19)

2017년 독일 일주 여행을 하면서 더욱 끈끈한 관계로 맺어졌습니다.

11박 12일 동안 뉘른베르그, 드레스덴,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등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나치(Nazi) 시대와 과거 분단 독일의 어두운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이은주 회장은 "어두운 역사일지라도 숨기지 않고 드러내어 값진 역사의 교훈을 삼으려는 독일국민의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인상 깊었다."고 느낌을 전했습니다.

2019년에는 하얼빈과 연길, 백두산 등 한민족의 기상과 안중근 의사, 윤동주 시인의 애국혼이 깃든 현장을 답사했습니다.
◇ 유럽 여행하면서 더욱 끈끈한 관계
이어 2023년에는 파리에서 남프랑스 여러 도시까지 프랑스 전역을 돌아보면서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낭만적인 유럽문화를 경험했습니다.

이후에는 역사유적답사는 물론 문화예술탐방, 숲길걷기 등 근거리 여행을 점 더 다양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특히 '내고장 알기'를 목표로 광주 시내와 인접 시·군의 숨은 명소를 찾아 구석구석 돌아보고 있습니다.

▲ 광주비엔날레 전시 관람(2024.09.10)

지난 6월 24일에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공단 내 소촌아트팩토리를 방문해 전시 중인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하며 첨단시대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은주 회장은 "20년 세월을 함께 해오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존경하는, 인생의 롤모델로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모임이 되었다."면서 "앞으로도 영화관람과 가든카페 등 여가시간을 함께 향유하면서 더욱 돈독한 관계를 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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