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나오길"…조지아 ICE 구금시설 가족들 발 동동

작성 : 2025-09-07 07:05:17 수정 : 2025-09-07 09:26:09
▲조지아주 ICE 구금시설[연합뉴스]

토요일인 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운영하는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D. Ray James Correction Facility)에는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발길이 잇따랐습니다.

이곳은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근로 등의 혐의로 체포된 직원 대부분이 구금된 곳입니다.

당시 475명이 체포됐고 이 중 300명 이상이 한국인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앞서 ICE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손과 발에 체인을 감아 움직임이 제약된 상태에서 버스에 탑승해 이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LG엔솔 공장 건설 현장이 있는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이곳까지는 약 170km, 차로 약 2시간 거리입니다.

구금시설은 교정시설과 프로세싱 센터 등 총 3개 구획으로 나뉘어 낮은 건물 여러 동이 줄지어 있었고, 건물 주변에는 철조망이 빈틈없이 설치돼 있어 삼엄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습니다.

시설 주변에는 상업시설이 없고 녹지와 도로뿐이라 적막감이 감돌았으며, 도로 위를 오가며 순찰하는 경찰차도 눈에 띄었습니다.

LG엔솔 협력사 현지법인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후 변호사와 함께 시설을 찾았습니다.

익명을 원한 이 관계자는 “오늘 아침에 구금된 직원 한 명과 통화가 됐습니다. 외부에서 전화를 걸 수는 없지만, 안에서는 허가받아 전화를 걸 수 있다고 합니다. 직원 말로는 밥도 주고 샤워도 할 수 있지만 열악하다고 했습니다. 수갑은 차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구금된 한국 직원들의 비자 지위와 관련해 “B1·B2(단기 방문비자), ESTA(전자여행허가제)로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 당국은 현지 취업이 불가능한 방문 비자로 입국해 일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들 협력사는 회사 차원에서 변호사들을 고용해 직원들의 조속한 석방 방안을 알아보는 중이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에게는 즉각 추방 또는 이민법원 재판을 통한 이의 제기 등 선택지가 있는데, 시간·비용·개인 의사 등을 고려해 결정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협력사 직원 3명도 ICE 시설을 찾았습니다.

시설 방문을 마치고 나온 직원 중 한 명은 “구금된 직원 중 일부만 A넘버(ICE가 부여하는 외국인 번호)가 나왔고, 아직 A넘버가 없는 직원도 많아 면회하지 못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한국인은 아니지만 LG 협력사 현지인 직원 가족이 구금된 가족의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시설을 찾았다가 면회를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ICE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곳은 가족과 친구의 면회 시간을 토요일과 일요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토요일의 경우 구금자 그룹별로 오전 8시∼11시, 오전 11시∼오후 2시 15분으로 가족 면회 시간이 나뉘어 있습니다.

마리아 토레즈(35) 씨는 “남편은 LG 협력사 매니저로 두 달 전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공장에서 차로 45분 떨어진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살고 있어 남편은 매일 출퇴근했습니다”라며 “혹시라도 남편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왔지만, 아직 면담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해 그냥 나왔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토레즈 씨 부부는 콜롬비아 출신으로, 둘 다 어린 시절 미국에 와 현재 영주권(그린카드)이 있다고 했습니다.

토레즈 씨는 영주권이 있는데도 어떤 혐의로 당국이 남편을 구금했는지 알 도리가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토레즈 씨는 전날 남편과 통화했다면서 “구금이 장기화할지 몰라 차라리 추방을 원한다고 했는데, 당국은 남편이 영주권자여서 이민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며 거절했습니다. 남편은 9월 30일에 법원에 갈 예정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녀는 “아이가 셋 있는데, 어떤 상황인지 확실해질 때까지 아빠 일을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모두의 기도가 필요한 때입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또한 불이익이 우려된다며 남편의 이름은 기사에 싣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구금된 직원 300여 명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영사 면담을 이날 오전부터 시작했습니다.

외교부는 서배너에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를 반장으로 한 현장대책반을 설치해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정부가 비자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구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날 포크스턴 시설에서 ICE 당국자를 만나고 나온 현지 이민 전문 변호사는 희망 섞인 분위기도 전했습니다.

최영돈 변호사는 "ICE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수요일(10일)까지 모든 한국 분을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협상 중이라고 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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