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 부족한 '자율성'은 모래성에 불과했다...'디펜딩챔피언' KIA의 현주소

작성 : 2025-09-04 15:22:44
▲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 [KIA 타이거즈]

"옛날에는 모든 운동이 시켜서 '더 많이 하면 좋을 거야' 했지만 더 많이 했을 때 더 좋다는 보장이 없다"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해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게 더 좋은 야구다. 그걸 자꾸 생기게끔 해주는 게 코칭 스태프와 감독이 해야 할 일"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지난 겨울 미국 어바인 스프링캠프 첫날 했던 말입니다.

부임 첫해 통합우승을 일궈낸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정해진 훈련 틀 안에서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습니다.

개막 전만 해도 KIA엔 '절대 1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습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리그 8위에 머무르며 가을야구 진출권과 서서히 멀어지고 있고, 이제는 9위 추락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이 감독은 지난 3일 "젊은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마무리캠프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지옥 훈련을 예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지난 5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김도영이 5회말 2사에서 2루도루에 성공한 뒤 부상으로 교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감독 입장에서도 올 시즌 답답한 부분들은 많았습니다.

지난해 MVP 김도영은 세 차례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을 반납했고, 김선빈, 나성범 등 주축 선수들도 전반기 꽤 오랜 기간 자리를 비웠습니다.

투수진에서도 곽도규, 황동하, 윤영철 등 영건들의 부상과 불의의 사고로 전력 손실을 감안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KIA는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오선우, 김호령 등 오랜 기간 2군 밥을 먹어온 '함평 타이거즈'의 힘으로 6월 한 때 공동 2위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후반기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전반기 내내 팀을 이끌어왔던 선수들이 지쳐갔고, 팀 성적은 곤두박질쳤습니다.

▲ KIA 타이거즈 오선우(왼쪽), 김호령 [KIA 타이거즈]

불안했던 불펜진은 KIA의 발목을 잡았고,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는 등 팀 사기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팀 프렌차이즈 스타를 트레이드하며 보강했던 불펜카드는 실패로 돌아가고 있고, 7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극심한 부진에 빠진 마무리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에도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리그 실책 105개로 공동 1위에 올랐습니다.

기본이 되는 주루플레이에서 어처구니 없는 끝내기 패배를 당하는 등 허술한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자율성만으로는 메워지지 않는 기본기의 허점이 결국 지금의 순위를 만들었습니다.

3일 경기 기준, 57승 4무 63패 리그 8위에 위치한 KIA.

팀의 득점과 실점을 바탕으로 승률을 예측하는 피타고리안 승률과 잔여 경기를 기반으로 가을야구 진출 확률을 계산한 사이트 'psodds.com'에 따르면 KIA의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6.3%에 불과합니다.

별다른 기적 없이 이대로라면 통합우승 이후 가을야구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를 마주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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