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구하러 맨홀 들어간 5자녀 아버지, 장기기증으로 마지막 희생

작성 : 2025-09-11 11:27:00 수정 : 2025-09-11 14:03:15
▲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을 살린 인천 맨홀사고 피해자 이용호 씨와 가족들 [연합뉴스]

동료를 구하려다 의식불명에 빠진 40대 시각장애인이 생을 마치며 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7월 14일 인하대학교병원에서 48살 이용호 씨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간장과 신장(양측)을 나눴다고 11일 밝혔습니다.

이 씨는 7월 6일 맨홀 안에서 작업을 하던 동료가 쓰러진 것을 보고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가 동료를 구하려다 함께 쓰러졌고,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습니다.

이 씨는 대구광역시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선천적으로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으나, 아픔을 겪은 만큼 다른 이들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하고 도왔습니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보면 먼저 손을 내미는 따뜻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씨의 가족들은 4개월 된 막내를 포함한 5자녀가 자라면서 아빠를 숭고한 생명나눔으로 다른 사람을 살린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기기증을 결심했습니다.

이 씨는 졸업 후 상하수도 점검 일을 배우며 경북 지역에서 10년 넘게 관련 업체를 운영해 왔습니다.

누나가 일하던 지인의 소개로 필리핀 출신 아내와 결혼해 5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가족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집안일을 도맡는 자상한 남편이자 아이들에게는 친구 같은 아빠로,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여행 또는 캠핑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누나 이정화 씨는 "용호야, 잘 있지? 네가 지키려고 했던 가족들 우리가 함께 지키면서 살 테니까. 너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잘 지켜봐 줘. 사랑해. 내 동생"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내 이시나 씨는 "여보.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테니 우리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할게"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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