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률 시집 『발끝에 돋는 나비의 꿈』..인고의 세월, 꽃으로 '치환'

작성 : 2025-05-07 10:00:02
자유로운 사색가의 미적 탐구 여행
정제된 언어로 결고은 서정을 표현
화순문협회장, 열린시학호남동인회장
▲ 양동률 시인과 시집 『발끝에 돋는 나비의 꿈』

전라남도 진도 출신 양동률 시인이 시집 『발끝에 돋는 나비의 꿈』(시산맥刊)을 펴냈습니다.

2016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한 양 시인은 자연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정제된 언어로 결 고은 서정을 노래해 왔습니다.

이번 시집은 2019년 초판에 이은 2쇄판으로 시산맥 감성기획 시선공모 당선으로 재출간됐습니다.

그만큼 시적 형상화가 단단하고 사유의 깊이가 느껴지는 완성도 있는 시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은 표제 『발끝에 돋는 나비의 꿈』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로운 사색가의 미적 탐구 여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적 화자가 응시하는 세상은 팍팍하고 고단한 일상보다는 환희와 기쁨이 가득한 유토피아적 세계입니다.

또한 지나온 삶의 여정에서 깨지고 넘어져 입은 상처마저도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진주처럼 눈부신 존재로 치환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편 곳곳에는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습니다.

수선화나 자귀나무꽃, 나팔꽃이나 동백꽃, 그리고 백련, 능소화, 여뀌꽃과 같이 실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돌꽃', '눈꽃', '물꽃' 등 지상에 없는 이름의 꽃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대부분의 대상을 '꽃'으로 인식하거나 그 자체에 시선을 둠으로써 탄생과 변화에 기저한 우주의 섭리를 근원적으로 통찰하고 있습니다.

꽃대에 맺혀 있는 분홍의 온기가
차가워져 가는 시간을 받들고 있다

차분하게 쏟아내는 그늘이 철철 넘쳐흐르는 전평호수

넉넉한 잎사귀 사이로 앉아 있는
꽃숭어리를 발자국 따라 가만히 바라보면
숨소리마저 고요에 든다

순간의 촉감이 꽃잎마다 미소를 달고
수면 위에 나비처럼 날고 있는가

- '수면 위, 나비 떼' 中

호수가 일렁이는 순간들을 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잎'으로 상상한 것에서 착상한 이 시는 물빛 찬란한 전평호수 전체를 하나의 커다란 '꽃숭어리'로 표현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가장 정점의 순간에 해당하는 '꽃'을 노래하지만 전체적인 시의 느낌이 화려하거나 들떠 있지 않습니다.

이는 꽃의 이면에 드리워진 '낙화'의 법칙을 알기 때문입니다.

시 해설을 쓴 유정이 시인은 "정제된 언어로 결 고은 서정을 끌어오면서 시의 주체인 '나'를 행간에 숨기는, 그래서 대상과의 거리를 탄력 있게 유지하고 있는 이 시집은 아름다운 '꽃'이 가득 피어 있는 화원과 같다. 그의 시가 향기로운 이유"라고 평했습니다.

한편 양동률 시인은 전남 화순문협회장, 열린시학호남동인회장, 김현승기념사업회 부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