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배움터 지킴이 90%가 퇴직 공무원".. 불공정

작성 : 2021-06-02 21:04:56

【 앵커멘트 】
학교마다 외부인 출입을 관리하고, 등하굣길 교통 지도를 하는 '배움터 지킴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활동에 참여하면 하루 4만 원, 한달에 8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어 일자리를 찾는 어르신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광주의 배움터지킴이 10명 중 9명이 퇴직 공직자로 확인됐습니다.

채용 과정을 보면 공정한 경쟁은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kbc 기동탐사부 고우리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70대 어르신이 차에서 내린 학생들을 교문 안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배움터 지킴이로, 지난 2005년부터 운영돼 왔습니다.

도입 당시, 노인 일자리 창출과 재능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퇴직 교사와 경찰 등을 우대했습니다.

▶ 싱크 : 배움터 지킴이
- "보람차죠. 출근해서 아이들과 활동할 수 있다는 게."

하지만 배움터 지킴이가 십수년 간 퇴직 공무원 독차지가 되면서 공정성 시비가 커졌고, 그들만의 용돈벌이 수단이냐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결국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는 퇴직 공무원 우대정책을 폐지하고 민간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달라졌을까?

현재 광주에서만 328개 학교에서 372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중 퇴직 교원이 37%, 경찰 30%, 군인 12% 등으로, 퇴직 공직자가 90%에 이릅니다.

청소년지도사 등 민간인 출신은 10%에 불과합니다.

다른 지역은 어떨까?

울산의 경우 287명 중 퇴직 공무원이 10%에 불과했습니다.

전남은 45%, 제주도 57% 등으로 퇴직 공무원 비율이 광주보다 현저하게 낮았습니다.

광주의 퇴직 공무원 비율이 높은 건 배움터 지킴이를 뽑는 학교장과 교사들의 행정 편의주의적 태도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안전보다는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을 먼저 찾고, 퇴직 공직자들에게 가점까지 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 싱크 : 학교 관계자
- "성실하실 것 같은 분을 뽑으니까. 아무래도 교직 식구들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하고."

특히 면접 절차는 불투명해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밖에 없고, 각 일선학교마다 배점 기준을 따로 세워 일관성이 없습니다.

▶ 인터뷰 : 설수연 / 광주시교육청 안전총괄과
- "학교 자체적으로 공고를 통해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어떻게 채용하라고 지침을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경남교육청은 구체적인 배점 기준을 만들어 객관성을 지키도록 했고 대전교육청은 출신 직업을 묻지 않고 있습니다.

불공정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섭니다.

▶ 인터뷰 : 박고형준 /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 "특정 직렬의 특정 직업에 관련된 자들만 우선시한다고 하면 차별로 인식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 봉사하고자 하는 목적에 제한을 가하는 게 아닌가"

출신 직업에 따라 일자리 기회가 결정되는 채용 절차, 배움터 지킴이 선발에 공정성을 기대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웠습니다.

kbc 기동탐사부 고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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