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면 해, 장관에도 '갑질'...'이불 장관' 강선우, 조강지처, 욕개미창(欲蓋彌彰)[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5-07-21 17:50:33 수정 : 2025-07-21 19:11:49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강선우, 보좌관과 병원 이어 文 정부 여가부 장관에도 '갑질' 논란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

보좌관 갑질 논란을 받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신분으로 문재인 정부 여성가족부 장관이었던 정영애 당시 장관에게 했다는 말입니다.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대통령실은 어제(20일)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을 받는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철회하기로 하고,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임명 수순을 밟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문재인 정부 당시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같은 날, 지인들과 단체 채팅방에 '제가 여가부 장관이었을 때 일을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는 제목의 글을 공유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 [연합뉴스] 

정 전 장관은 먼저, "강 후보자가 본인의 지역구에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하려고 제게 요청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상담 등을 지원하는 여성 상담 지원 센터입니다.

강선우 의원의 요청에 정 전 장관은 "당시 산부인과 의사를 확보하기 어려워 해당 지역 대학병원 총장에게 문의했으나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이 내용을 강 후보자에게 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자, "강 후보자가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며 화를 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했다"고 정 전 장관은 밝혔습니다.

이에 정 전 장관은 "결국 강선우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 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강선우 의원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소관 부처 입장에선 '갑 중의 갑', '슈퍼 갑' 국회의원이었습니다.
◇정영애 "장관에 갑질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에 보낸다니...정말 기가 막힌다"
이와 관련 정 전 장관은 "부처 장관에게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탄식했습니다.

정 전 장관은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언론에 "어제 강선우 후보자 인사가 확정된 듯하여 지인들에게 공유한 글"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가부 장관으로 이런 사람이 가는 게 말이 되느냐. 이게 뭐냐. 해도 너무한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화장실 변기 수리, 음식물 쓰레기 처리 등 보좌관 갑질 의혹에서 시작된 강선우 후보자 논란은 '그런 적 없다, 그런 것 아니다' 거짓 해명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교수 시절 불성실 결강에 병원 갑질 논란까지 전방위적으로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나 국회의원이야"...코로나 확산 때 병원 갑질 논란도
▲ 소감 밝히는 강선우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3년 7월 서울 소재 한 종합병원을 방문했는데, 규정상 '72시간 이내 PCR 음성' 결과가 있는 사람만 병동에 출입할 수 있었지만 강선우 의원은 음성 결과도 없이 지인 면회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이에 병원 측에서 난색을 표하자 "나 국회의원이야. 알아? 국회 보건복지위원이라 이 병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 병원의 이상한 방침에 대해 모두 다 알리겠다"며 소란을 피웠다는 게 여러 병원 관계자들의 주장입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국회의원이야,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아.

말이 더 필요 없을 정도로, 설명이 더 필요 없을 정도로, 어떤 사람인지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이 병원에서 '나 국회의원이야, 보건복지위원이야'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현직 장관에게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 저렇게 했을 정도면.

을 중의 을, 보좌관들에게 어떻게 했을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입니다.

이화여대를 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지만, 영화 '타짜' 김혜수 씨의 '나 이대 나온 여자야'가 왠지 연상되기도 합니다.

강선우 후보자는 실제 이대 출신입니다.
◇욕개미창(欲蓋彌彰), 더러운 일 덮으려 하면 할수록 더 드러날 뿐
욕개미창(欲蓋彌彰)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하고자 할 욕(欲), 덮을 개(蓋), 더욱 미(彌), 드러날 창(彰), 욕개미창(欲蓋彌彰). 

'덮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 드러날 뿐이다'는 뜻입니다.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말인데, 욕개명장(欲蓋名章)이라고 쓰기도 합니다.

공자가 역사서 '춘추'(春秋)에서 노나라 소공 때 주나라 대부였던 '흑굉'이라는 사람의 행적을 간략히 기록한 것을, '좌씨전'에서 해석하며 평가한 글에 나오는 말입니다.

'혹구명이부득(或求名而不得) 어떤 사람은 명예로운 이름이 알려지길 바라지만 얻지 못하고, 혹욕개이명장(或欲蓋而名章) 어떤 사람은 더러운 이름을 덮으려 하지만 안 되는 법이다'는 문장에서 나온 말입니다.

명예로운 이름과 더러운 이름.

더러운 이름은, 더러운 일은, 덮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 크게 드러날 뿐입니다.
◇'이불 장관' 비아냥도...지금이라도 스스로 내려와야
항간에는 강선우 후보자를 두고 '이불 장관'이라는 냉소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선우 의원이, 지난 2023년 이재명 대표가 단식투쟁을 할 때 이 대표의 이부자리를 정리해 주고 덮어준 대가로 장관 자리를 받지 않았냐는 냉소와 비아냥입니다.

일부 이재명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인사수석과 문재인 정부 여가부 장관을 역임한 정영애 전 장관에 대해서도 '지금 그런 말을 하는 저의가 뭐냐'는 식으로 정 전 장관을 이른바 '수박'으로 몰려는 기류도 있다고 합니다.

여러 논란에도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여론 악화에 따라 강선우 장관 임명을 번복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임명하니까 발표한 것"이라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번복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 이재명 대통령과 강선우 후보자 [연합뉴스] 

이쯤 되면 진짜 궁금합니다.

그렇게까지 강선우 후보자를 지켜야 되는 이유가 뭔지, 다른 사람이 여가부 장관을 하면 안 되는 건지, 꼭 '강선우 장관'이어야 하는지, 그렇게 장관을 시켜서 뭘 하려고 하는 건지 등등. 진짜 궁금합니다.

흔히 조강지처, 조강지처 하는데. 원문은 '조강지처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 중국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말입니다.

술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때우며 함께 고생한 아내는 나중에 부귀해져도 내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좋은 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강선우 후보자에 대한 신뢰와 의리가 어느 정도인진 솔직히 잘 모릅니다.

다만,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한 조강(糟糠)의 인연이 있다면 추후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일인데 인간적으로 장관 후보자에서 내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이해는 합니다.

그래서 더욱 강선우 후보자께 이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민주당을 가장 민주당답게, 국민의 뜻을 받드는 유능한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더욱 낮은 자세와 겸허한 마음으로 임하겠다.

작년 5월 강선우 의원이 민주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조강특위' 위원으로 임명되며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입니다.

조강. 강선우 후보자가 언제 한번 '낮은 자세와 겸허한 마음으로 임한' 적이 있는진 잘 모르겠으나 그토록 살뜰히 아끼고 위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이제 그만하시고 스스로 내려오시길 진심으로 권합니다.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