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치 거부' 윤과 에어컨, 파렴치..염치를 모르는 자를 죽이다, 형륙가야(刑戮可也)[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5-07-15 13:40:01 수정 : 2025-07-15 16:05:45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尹, 특검 소환조사 거부..'나 못 나가', 강제구인에도 '버티기'
▲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은 '염치'(廉恥)와 '부끄러움'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구속된 윤석열 씨가 특검 소환조사에 불응하면서, 강제구인을 하려해도 구치소에서 '나는 못 나간다'고 버티며 특검 조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재구속된 윤 씨는 재구속 이튿날인 11일 특검의 출석조사 요구에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특검팀은 14일 서울구치소장에게 윤 전 대통령을 오후 3시 30분까지 서울고검 청사 내 조사실로 인치하도록 지휘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윤 씨가 이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인치마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전직 대통령, 물리력 동원 난감..구치소 측, '대략난감'
▲ 박지영 내란 특검보 [연합뉴스]

이와 관련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브리핑에서 "교정 당국으로부터 특검의 인치 지휘를 사실상 수행하기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름의 최선을 다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전혀 응하지 않고 수용실에서 나가길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임을 고려할 때 강제적 물리력을 동원해서 인치하기가 난감하다"는 것이 구치소 측 입장이라고 합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쨌든 국민들 손으로 뽑은 '전직 대통령'인데, 저렇게 '나는 못 나간다'고 버티고 있으니. 저걸 교도관들이 달려들어 번쩍 들어서 매고 나올 수도 없고. 난감하긴 난감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보기가 그렇습니다.
◇ 尹 측 "구치소 환경 열악, 건강 악화"..법무부 "필요한 것, 요청대로 다 해줘"
윤 씨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이 평소 당뇨와 안과 질환을 앓고 있어 약을 먹어야 하는데도 재수감 이후 복용하는 약이 제때 반입되지 않았다"고 항변했습니다.

또 더위가 극심한 데다 실외운동이 제한되는 등 구치소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도 변호인단은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원래 건강이 안 좋았는데 구치소에 재구속 되면서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그래서 특검 조사를 받기가 어렵다. 뭐 이런 취지입니다.

이에 대해 일단 법무부는 "수용 전 복용 중이던 의약품을 소지하지 않고 입소해 질병 치료에 필요한 관급 약품을 우선 지급한 후 신청에 의한 외부 차입 약품을 허가해 지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필요한 약은 원하는 대로 지급했다는 설명입니다.

구치소 환경 관련해서도 "(구치소) 거실 내 선풍기가 설치돼 있고, 혹서기 수용 관리를 위해 수용동의 온도를 매일 확인해 관리 중"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실외운동을 제한한 사실도 없다"고 윤 씨 변호인단 주장을 모두 반박했습니다.
◇ '에어컨' 논란도..구치소 "尹 건강, 조사 못 받을 정도 문제 없어"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소환 통보에 불응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1차 강제구인 시도가 무산됐다. 사진은 14일 윤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앞에 경찰이 배치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 씨 지지자들은, '아버님댁 보일러'도 아니고, '에어컨 놔드리기 운동' 비슷한 걸 하고 있는 모양인데. 일반 가정에서도 전기세 때문에 마음 놓고 펑펑 에어컨을 틀기 어려운데. 여러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윤 씨 측이 '건강상의 이유'를 대자 특검팀은 구치소 측에 '상태가 어떤 거냐, 어느 정도냐'라고 문의했고, 구치소 측은 "조사에 응하지 못할 정도의 문제는 없다"고 특검팀에 회신했습니다.

이에 특검팀은 윤 씨 측의 조사 거부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유감을 표하면서 오늘(15일) 오후 2시까지 윤 씨를 인치하도록 재차 지휘했습니다.

하지만 기왕에 특검 조사와 인치를 거부한 윤 씨가 이를 따를지, '대략난감'에 빠진 구치소 측이 윤 씨를 물리력을 동원해 특검 사무실로 인치시킬지는 미지수입니다.
◇ 尹, 한 손 바지 주머니에..내 마음대로, '막무가내' 태도 행보
▲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끝난 뒤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법원을 떠날 때부터 오늘까지, 불과 일주일간. 대통령 3년, 그전에 보인 모습들은 다 차체하고.

이 일주일간 윤 씨가 보인 모습들을 보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이 일곱 글자였습니다. '파.렴.치'와 '막무가내'가 그것입니다.

먼저, 막무가내. 없을 막(莫), 없을 무(無), 가할 가(可), 어찌 내(奈), 막무가내. 도무지 어찌할 수 없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비어이긴 하지만 속칭, '배째라', '무대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막무가내'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출전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열전(列傳)>입니다.

한 무제 때 혹리들의 전횡과 흉노와의 전쟁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면서 궁핍해진 백성들이 도적이 되어 약탈을 일삼게 되자 조정이 진압군을 보내 진압하려 했지만 누르면 다른 쪽이 부푸는 풍선처럼 도무지 토벌이 안 되는 상황을 사마천이 '무가내하'(無可奈何), '어찌할 수가 없다'라고 표현한 데서 '막무가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막무가내, 무가내하, 막가내하(莫可奈何), 다 같은 뜻의 말인데. 막가내하. 막가내. 하~. 왠지 '막가파' 이런 게 연상되기도 합니다.
◇ 파렴치(破廉恥), 염치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없는 것
그리고 파렴치(破廉恥). 염치(廉恥)의 염(廉)은 '살피다'라는 뜻이고 치(恥)는 부끄러움이라는 뜻입니다. 염치, '부끄러움을 살펴 알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깨트릴 파(破) 자가 붙는 파렴치(破廉恥)는 염치를 깨트리고 부수다. 염치도 부끄러움도 깨져 없는 것, 모르는 것, 뻔뻔스러운 것, 수치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없는 것. 그리고 그런 자. 파렴치한(破廉恥漢).

사람과 금수, 인간과 짐승이 다른 것은 이 염치가 있느냐, 부끄러움을 아느냐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예부터 성현들이 수치를 아는 것에서 인간의 도리가 시작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까닭 아닌가 합니다.
◇ 맹자 "염치를 모르니 못하는 짓이 없다. 사람이라면 반드시 부끄러움 알아야"
사람은 본디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설파한 맹자나, 사람은 본디 악한 존재라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창한 순자 모두 사람의 도리로서 이 염치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인유치 즉능유소불위(人有恥 則能有所不爲), 사람이 부끄러움이 있으면, 능히 하지 않는 것이 있게 된다.

이와 대구를 이루는 말이. 부지염치 역하소부지(不知廉恥 亦何所不至) 염치를 모르니, 또한 못하는 짓이 없다.

그래서. 인불가이무치(人不可以無恥) 사람이라면 반드시 부끄러움 수치심이 없어서는 안 된다.

'맹자' <진심편>(盡心篇)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염치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부끄러움을 알고 염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맹자의 말입니다.
◇ 순자 "음식만 탐하면서 염치를 모르는 자는 죽이는 것도 가하다"
성악설을 주창한 '순자' <수신편>(脩身篇)에도 염치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무염치이기호음식(無廉恥而嗜乎飮食) 즉가위악소자의(則可謂惡少者矣) 수함형륙가야(雖陷刑戮可也) '염치는 없으면서 음식만 탐하는 자는 아주 악질적인 소인배라 이를 만하다. 그런즉 이런 자들은 도륙의 형벌로 죽이는 것도 가하다.

말이 무시무시합니다. 염치는 없으면서 음식만 탐하는 자는 도륙의 형벌로 죽여야 한다.

염치 좀 없는 게 뭐 '도륙의 형벌로 죽일 죄'라고, 과격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성악설을 주창한 순자의 관점에선, 본디 악한 존재인 사람이 악함을 벗고 진정으로 금수와 다른 '사람'이 되려면 그만큼 염치를 살펴 아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 말입니다.

맹자가 염치를 강조한 것도 같은 취지입니다. 잃어버린 선한 본성을 다시 회복하는 것,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것. 맹자와 순자에게 염치란 그런 정도로 중요한 것입니다.
◇ 관용의 역설..무제한적 관용은 관용의 상실만 초래
▲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임을 고려할 때 강제적 물리력을 동원해서 인치하기가 난감하다.

구치소 입장은 앞서도 얘기했지만, 십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이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관용의 역설'이란 게 있습니다.

사회주의 같은 전체주의를 열린사회의 적으로 간주한 자유주의 정치철학자 칼 포퍼가 자유주의자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그의 저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설파한 개념입니다. 관용의 역설.

"우리가 관용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관용을 베푼다면, 관용적인 사람들은 파멸할 것이고 관용도 그들처럼 소멸할 것이다. 무제한적인 관용은 관용의 상실을 초래할 것이다"

칼 포퍼의 말입니다. 관용을 베풀지 말아야 할 곳에 관용을 베풀면 정작 관용적인 사람들은, 진정한 관용은 사라질 것이라는 말입니다.

악화가 양화를, 나쁜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을 잡아먹는다는 그런 취지입니다.
◇ 尹, 이미 재구속..특검 소환조사 응해봐야 실익 없어 판단, 변호사 접견만
윤 씨의 특검 소환조사와 강제구인 인치 거부를 보면서 개인적으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구속 전엔 특검과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마지못해서라도 어쨌든 특검 조사에 응한 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대비한 포석 아니었나 싶습니다.

조사 불응 이런 태도가 영장심사에 악영향을 줄 것 같으니 일단 조사엔 응했는데.

이미 재구속돼 구치소에 들어간 마당에 지금 특검 조사에 응하는 게 윤 씨 본인으로선 무슨 실익이 있겠냐. 없다. 필요 없다. 안 간다. 못 나간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거기에 특검 조사는 거부하고 못 받는다면서도 시간이 무제한인 변호인 접견은 또 잘하고 있다고 합니다.

변호인 접견실은 시원한 '에어컨'이 나옵니다.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파렴치. 공화국의 관용은 파렴치한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 공화국 대한민국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어제의 범죄 단죄해야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공화국 프랑스는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

나치 전범 부역자들에 대한 처벌이 수만을 넘어 수십만을 넘어가자 프랑스 안에서도 '이 정도면 됐지 않냐, 그만하자'는 말이 나왔을 때 알베르 까뮈가 단호하게 한 말입니다.

공화국 프랑스는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 대한민국도 그렇습니다. 공화국 대한민국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습니다.

순자처럼 '염치는 없으면서 음식만 탐하는 자는 도륙의 형벌로 죽여야 한다. 죽이자'는 것도 아닙니다.

구치소에서 불러서 특검에 인치해 와서 내란, 이적, 외환죄 조사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죄가 있다면 지은 죄에 합당하게 제대로 처벌하자는 겁니다.

그걸 왜 조사부터 이렇게 삐걱대야 하는지. 안 하는지, 못 하는지.
◇ 출정 조사 거부, 권리 아냐..형소법에 나와 있는 대로, 원칙대로 하길
묵비권 행사는 피의자의 권리이지만, 구속 피의자의 출정 조사 거부는 권리가 아니다.

박지영 특검보의 말입니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입니다. 잘못된 관용은 관용의 손상과 종말을 가져올 뿐입니다.

원칙대로. 형사소송법에 나와 있는 대로 해서, 윤 씨를 조사하고 법정에 세워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하길 바랍니다.

공화국 대한민국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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