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에서 드론과 정찰위성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들을 속이기 위한 디코이(기만체)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영국군이 첨단 방공시스템이나 탱크 등 진짜 무기처럼 보이는 디코이를 '이케아 스타일'의 조립식 키트로 만들어 우크라이나군에 보내주고 있다고 10일 보도했습니다.
러시아군이 디코이를 진짜 무기라고 착각해서 이를 파괴해 공격력을 낭비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영국군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첨단 고성능 지대공 방공시스템 '레이븐' 등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에 배치한 무기가 실제보다도 많다고 러시아군이 착각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정찰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쓰였던 것처럼 단순히 겉모양만 흉내낸 풍선식 디코이로는 적을 속이기 어렵습니다.
적외선 또는 열 탐지, 금속 재질 탐지, 전자신호 탐지 등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미사일 등 진짜 무기에서 열이 나오는 부분에 해당하는 곳에는 디코이에도 열 발생 장치를 달아놓고, 탐지기술을 동원하는 적을 기만하기 위해 금속 등 전파 반사 혹은 흡수 재질이 필요하거나 전자신호를 흉내내야 한다면 그에 맞도록 디코이를 제작합니다.
영국군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들의 디지털 사진을 전문가들이 촬영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조립키트를 우크라이나에 보내주면, 우크라이나군이 필요할 때 몇 시간만에 조립을 끝내 전선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영국군이 우크라이나에 보내주는 디코이 키트 중에는 챌린저-2 탱크, AS-90 자주포, 스타스트리크 방공미사일 발사기가 탑재된 스토머 장갑차도 있습니다.
적들이 육안으로 보건, 정찰드론으로 보건, 정찰위성으로 보건, 다른 탐지 장치를 동원하건, 진짜와 디코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영국 국방부의 설명입니다.
우크라이나군에 장비를 지원하는 영국 국방부 산하 팀 '태스크포스 킨드레드'에서 조달업무를 총괄하는 영국 해병대 소속 올리 토드 대령은 요즘 영국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보내주는 디코이들에 대해 "진짜와 똑같이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만약 영국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보내주는 진짜 무기가 5대라면 디코이 30대를 보내준다면서, 25m 거리에서도 진짜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토드 대령은 러시아가 레이븐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주장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그 중 일부는 진짜가 아니라 디코이를 공격해놓고도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레이븐은 사용연한이 다 돼 가던 첨단단거리공대공미사일(Asraam)과 호크, 재규어, 토네이도 등 항공기의 오래된 부품을 활용, 지대공 방식의 방공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수파캣 전술트럭에 탑재한 것입니다.
레이븐 시스템의 초기 버전은 우크라이나 전쟁 첫 해인 2022년에 개발됐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주하는 관저의 방어에도 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레이븐 시스템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발사된 경우는 약 400번이며, 이란의 샤헤드 드론과 크루즈 미사일 공격 차단 효과가 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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