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 尹, 순방 전용기에도 소주 탑재...술에 나라를 말아먹다, 김건희, 주낭반대(酒囊飯袋)[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5-09-08 14:38:08 수정 : 2025-09-08 17:44:43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尹, 해외 순방 공군 1호기에 소주 PET 10병...대통령 전용실 '탑재'
▲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오늘 '여의대로 108'은 술 얘기해 보겠습니다.

달빛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다. 시와 검, 술 모두 신선의 경지에 올라 시선(詩仙), 검선(劍仙), 주선(酒仙), 삼선(三仙)이라 불렸던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이나,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못한다. 신하들과의 술자리에서 '불취무귀'(不醉無歸)를 외쳤던 정조처럼, 오늘 할 술 얘기는 그렇게 호방하거나 낭만적이거나 그런 좋은 얘기는 아닙니다.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 씨의 술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 보도인데,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갈 때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소주'를 싣고 순방을 나갔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용산 이전 2주기 계기 특별 보안관리 실태 점검 결과보고서'에 '공군 1호기 전용실 탑재 물품 목록'에 '참이슬 프레쉬(PET) 10병'이 적혀 있다는 겁니다.

'전용실'은 대통령 부부가 '전용으로' 쓰는 공간입니다.

PET 소주를 본인 전용기에 모셔두고 보기 위해 실은 건 아닐 테고. 순방 나가려 출국하거나 순방 마치고 귀국할 때 마시기 위한 용도였을 겁니다.
◇'매 행사 시 준비 및 검측 후 탑재'...순방 때마다 소주 싣고 나가
▲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그리고 해당 소주 10병은 '운영관 요청 품목'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소속 '운영관'은 대통령 부부의 식사와 생활용품 등을 챙기는 직책입니다.

대통령 부부의 '집사 중의 집사'가 '대통령이 순방 때 전용기에서 마실 술을 챙겼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해당 보고서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눈에 띄었던 건, '소모품류는 매 행사 시 준비 및 검측 후 탑재'라는 문구입니다.

쉽게 말해서 해외 순방을 나갈 때마다 전용기에 소주 PET 10병이 잘 채워져 있는지 '검측' 해서 빠뜨리지 말고 잘 챙겨서 '탑재'하라는 뜻입니다.

'참이슬 프레쉬(PET) 10병 탑재'가 해당 보고서 작성 당시 일회적인 게 아니라, 매 순방 때마다 소주 PET 열병씩을 공군 1호기 대통령 부부 '전용실'에 채워 넣었다는 얘기입니다.

하늘 위에서, 공군 1호기 대통령 전용실에서 먹는 PET 소주는 어떤 맛이었을까요.
◇쿠쿠 밥솥, 전기 프라이팬, 은수저 세트...은 세정제, 마스크팩, 화장품도 '구비'
기내 보관 물품엔 쿠쿠 밥솥과 전기 프라이팬 등 조리 도구와 은수저 2세트도 포함돼 있었다고 합니다.

평소 김치찌개도 잘 끓이고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는 윤석열 씨가 본인이 직접 본인 안주를 해서 먹은 걸까요.

은수저 2세트.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 옥반가효만성고(玉盤嘉肴萬姓膏) '금술잔의 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쟁반에 기름진 안주는 만백성의 고혈이다.

이몽룡이 '암행어사 출두' 뒤 변 사또를 질타하던 춘향전 장면이 떠오릅니다.

소주 말고도 은 세정제, 여성용 마스크팩, 화장품 등도 소모품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고 하는데, 이건 아무래도 김건희 씨가 쓰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尹-김건희 부부, 부창부수...윤건영 "황당, 공적 마인드 자체가 없어"
▲ 윤석열·김건희 부부 [연합뉴스]

전용기 물품은 당연히 국민 세금으로 구입합니다. 은 세정제며 마스크팩까지 참 깨알같이 챙긴 게, 이걸 알뜰하다고 해야 할까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남편은 자기 먹을 소주를 챙기고 부인은 자기 얼굴에 바를 화장품을 챙기고. 윤석열 씨와 김건희 씨. 참으로 부창부수(夫唱婦隨)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보고서를 입수한 윤건영 의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는데 "국민과 국가를 대표해 공적 업무로 해외 순방을 나가는 대통령이 전용기에 자신을 위해 주류를 잔뜩 싣고 나갔다는 황당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황당해했습니다.

"해외 순방을 다녀보면 1분 1초가 아쉽고 모자란데 순방 때마다 저렇게 행동했다는 것을 보면 대통령직에 대한 무거움과 공적 마인드 자체가 부재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윤건영 의원의 지적과 비판입니다.

공적 마인드 같은 건 없어도 본인 마실 술은 따박따박 챙긴 대통령.
◇주낭반대(酒囊飯袋), 줄 주머니와 밥 포대...쓸모없이 술이나 마시고 밥이나 축내
▲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주낭반대'(酒囊飯袋)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술 주(酒), 주머니 낭(囊), 밥 반(飯), 자루 대(袋) 자를 씁니다. 직역하면 '술 주머니와 밥 포대'입니다.

아무 쓸모없이 술이나 마시고 밥이나 축내는 사람, 먹고 마시고 놀고먹을 줄만 알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주낭반대. 술 주머니와 밥 포대.

중국 후한 때 왕충이 쓴 '논형'(論衡) 등 여러 문헌에 주낭반대 표현이 등장하는데, 긴 중국의 역사에서 그만큼 성군 명재상들도 많았지만 쓸모없이 술과 밥만 축내는 '주낭반대'들도 많았던 모양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서기 553년 태어나 중국 남북조시대 진(陳)나라의 마지막 황제를 지낸 '진숙보'라는 인물입니다.

진숙보는 국정을 돌보고 정사를 챙기는 일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었고, 주지육림(酒池肉林), 술로 연못을 만들 정도로 오로지 먹고 노는 것만 좋아했습니다.

태자 시절이나 즉위 초엔 그래도 신하들이 뭐라도 애써 가르쳐보려 했지만 도무지 받아들이지도 이해하지도 못했습니다. 궁궐을 새로 짓고 그 안을 온갖 진귀한 것들로 장식하고 채우고. 그냥 방탕 사치 노는 것만 잘했습니다.
◇가르쳐도 안 듣고, 이해도 못해...오로지 주지육림, 조정은 후궁과 간신 손에
▲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얼굴은 아침 아지랑이 같았다'(面若朝霞)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미모가 뛰어났던 '장려화'라는 이름을 가진 후궁을 총애해, 신하들이 나랏일에 대해 물으면 장려화를 무릎에 앉히고 그녀에게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조정은 장려화의 수중에 떨어졌고, 환관과 후궁들은 서로 결탁했고, 진 씨 성을 가진 왕의 종친들도 숟가락을 얹고 자기 욕심 채우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이를 비판하거나 성토하는 간언을 올리는 사람들은 족족 목이 베어졌습니다.

이에 왕의 최측근인 비서감 부재가 죽기를 각오하고 "폐하께서 오래 과도하게 주색에 빠져 지내시자 간신들이 곁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장문의 표문을 올립니다.

"환관들은 권력을 남용해 충신들을 원수처럼 미워하고 백성들은 굶주려 떠돌고 있습니다. 그 시체들이 들판을 가득 덮고 있습니다. 신은 우리 진나라가 여기에서 끝을 보게 되지는 않을까, 왕기가 다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한 구절 한 구절 피를 토하듯 표문을 올렸지만, 진숙보는 부재의 처분도 장려화에 물었고, 부재는 끝내 옥에 갇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비서감 부재의 죽음과 함께 진숙보와 장려화의 진나라도 끝났습니다.
◇수양제 출정, 진나라 멸망...진숙보-장려화 참수, 자초한 비극적 결말
서기 588년 10월, 진나라의 이런 참담한 상황을 보고 받은 수나라 양견이 50만 대군을 출전시켜 진나라 정벌에 나선 겁니다.

수나라의 50만 대군이 쳐들어오는 와중에도 진숙보는 "하늘의 뜻이 내게 있는데 어찌 나라가 망하겠냐"며 태연 작작 궁녀들과 풍악을 울리며 질펀하게 술을 퍼마셨습니다.

수나라 군대가 눈앞에 나타나자 그때야 허둥대며 숨었지만 이미 다 끝난 일.

진숙보는 체포돼 수나라 수도 장안으로 압송됐고, 같이 나라를 말아먹은 장려화 등과 함께 나란히 목이 잘렸습니다. 끝이 뻔히 보였던 자초한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 남북조시대 남조(南朝), 송(宋), 제(齊), 양(梁), 진(陳) 네 나라 역사를 기전체로 풀어쓴 '남사'(南史)에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도 예의 그 '주낭반대'(酒囊飯袋)가 나옵니다. 술이나 퍼마시고 놀기 좋아하는 술 자루, 밥 포대' 왕이 자기 나라를 밥, 술과 함께 그냥 말아먹은 겁니다.

그런데 술 자루 왕과, 술 자루 왕의 무릎에 앉아 조정과 정사를 좌지우지했다던 장려화를 보면서, '어, 저거' 하는 묘하지만, 확실한 기시감이 듭니다.
◇진숙보와 윤석열, 장려화와 김건희...나라와 자신을 말아먹다, 묘한 '기시감'
▲ 윤석열·김건희 부부 [연합뉴스]

해외 순방 전용기에까지 소주를 꼬박꼬박 챙겨나간 못 말리는 술 사랑의 '장님무사'와, 그 장님무사의 어깨 위에 앉아 장님무사를 조종했다는 '앉은뱅이 주술사', 진숙보와 장려화 위에 윤석열 씨와 김건희 씨가 겹쳐졌습니다.

'술과 장려화, 간신들을 멀리 하시라' 간언하는 충신들을 목 베 죽인 진숙보와, 전날 과음 숙취로 제때 못 일어나면 '가짜 출근 차량'을 보내고, 김건희 씨 듣기 싫은 '사과' 소리 좀 했다고 이준석, 한동훈 당대표들을 가차 없이 쫓아낸 윤석열 씨.

왕의 무릎 위에 앉아 정사를 쥐락펴락하며 조정을 농락했던 장려화와, '윤석열 위에 김건희', 'V-0'라고 불리며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건희 씨.

개인적으로 저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공군 1호기에 소주를 싣고 해외 순방을 나갔다는 기사를 보는 순간, '주낭반대' 사자성어와 진숙보, 장려화가 떠올랐습니다.

최후도 비슷합니다. 나란히 목이 잘려 죽은 진숙보와 장려화. 현대 문명국가에서 당연히 참수형은 있을 수 없지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옥에 갇혀 언제 풀려날지 기약할 수 없는 윤석열 씨와 역시 여러 비리 혐의들로 구치소에 갇혀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하는 김건희 씨.

아무리 역사는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지만. 거의 1천 500년의 시차를 두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윤건영 의원 말마따나 황당함과 어처구니없음, 참담함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尹-김건희, '그들만의 잔치' 대가 치를 시간...대한민국, 앞으로 나아가길
▲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천하무불산적연석(天下無不散的宴席), 천하에 흩어지지 않는 연회는 없고,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고 했습니다.

윤셕열 씨와 김건희 씨의 잔치도 끝났습니다.

국민을 속이고 국민의 뜻에 반하는, 국민과 역사를 거스르는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던 대가를 치를 시간입니다.

윤석열 씨와 김건희 씨의 것은 두 사람에게 남기고 지우고. 잘못된 잔치에 대한 대가와 셈값은 확실하게 치르게 하고. 술판에 내란에 어지럽게 낭자해진 것들을 치우고 버리고 정리하고.

대한민국이 깨끗하고 산뜻하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봅니다.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