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美 대법 판결 전 '500조 투자' 못박기?

작성 : 2026-01-27 11:30:12 수정 : 2026-01-27 14:13:48
▲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비준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품목관세와 상호관세를 무역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조만간 내려질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여부 판결과 맞물려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불리한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한국 국회의 비준을 압박해 한국의 대미 투자를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입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관세 자체를 올리는 게 목적이라기보다는 현재 국회에서 지연되고 있는 투자 협정 비준을 확실한 변수로 만들려는 게 근본적인 목적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이 미국 측에는 한마디로 '간을 보는 것'으로 비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상호관세가 대법원에서 무효가 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이 더 길어지기 전에 확실한 약속을 빨리 얻어내고 싶은 욕심에 일종의 조급증을 낸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습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품목관세와 상호관세 언급은 관세를 즉각 인상하기보다는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용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대내외적 정치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신 위원은 "최근 반이민정책, 그린란드 이슈, EU·캐나다와의 대립 등 국내외 지지 기반을 약화할 수 있는 이슈들이 제기되자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또 다른 통상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를 기약하며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판단해 이를 정면으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통상 이슈로 번지고 있는 쿠팡 수사 등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내 디지털 규제 관련 움직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권 원장은 "쿠팡 수사를 두고 미국 쪽에서는 약간의 불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될 정도로 큰 이슈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조치가 국제 외교 관례를 완전히 무시한 '돌출 행동'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허 교수는 "오랜 시간 합의한 내용을 SNS를 통해 일방적으로 뒤집는 것은 국가 간 도의가 아닐뿐더러 외교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며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동북아 핵심 동맹인 한국을 압박하는 것은 심각한 도발"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실무 라인을 총동원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진의를 파악하고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장 원장은 "정부가 미국 측에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전해야 한다"며 "국내 입법 절차의 현실과 일정에 대해서도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계에서도 추측에 따른 섣부른 대응보다는 신중한 태도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문이 나왔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매우 안타깝고 당황스럽다"며 "현재로선 공식 발표도 아니고 SNS에 올라온 내용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 추측에 따라 움직이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미국의 의도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한미는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 한화 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집행한다는 내용의 무역합의를 이룬 바 있습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조속히 미국에 보내 트럼프 행정부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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