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①]"세계엑스포 이후, 도시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작성 : 2025-12-22 17:06:07
▲ 사라고사박람회의 랜드마크인 파빌리온 브릿지

[편집자주]
2012여수세계엑스포는 여수를 세계에 알린 역사적 무대였습니다. 그러나 엑스포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내년 세계섬엑스포 개최를 앞둔 지금, 여수는 엑스포장 사후활용 해법 모색과 세계섬엑스포 성공 개최라는 두 가지 과제에 동시에 답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KBC는 유럽 도시 사례를 통해, 여수가 지속 가능한 글로벌 해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3회에 걸쳐 살펴봅니다.
◇ "엑스포는 끝났지만, 공간은 매일 쓰였다"…사라고사의 사후활용 전략
▲ 80m 높이의 투명 워터타워

스페인 사라고사는 2008년 세계엑스포를 개최했습니다.

주제는 '물, 그리고 지속가능한 개발'이었습니다.

당시 관람객 600만 명 이상을 예측했지만 실제 관람객은 560만 명에 그치며 흥행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사라고사의 진짜 평가는 엑스포가 끝난 이후에 시작됐습니다.

엑스포장이 유휴시설로 남지 않고 도시의 기능으로 편입됐기 때문입니다.

사라고사 엑스포의 상징은 80m 높이의 투명 워터타워입니다.

물이 흐르는 형태를 착안해 설계된 이 건축물은 지금도 도시를 대표하는 전망대이자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순 나바로 사라고사 관광청 국장은 "워터타워는 현대 도시인 새로운 사라고사의 상징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엑스포의 의미를 단순한 기념물에 머물게 하지 않고 도시 이미지로 확장한 사례입니다.
◇ "컨벤션을 중심에 둔 순간, 엑스포장은 멈추지 않았다"
▲ 사라고사 컨벤션센터 '팔라시오 데 콩그레소스'

사라고사는 엑스포장의 핵심 기능을 처음부터 컨벤션으로 설정했습니다.

컨벤션센터 '팔라시오 데 콩그레소스'는 애초부터 전문 회의를 위한 공간으로 유지됐습니다.

나바로 국장은 "처음부터 다양한 전문 회의를 개최하는 용도로 사용됐고, 그 결과 사라고사의 회의 개최 역량이 크게 확대됐다"며 "지금도 이 지역의 활력을 유지하며 관광·마이스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엑스포장이 연중 가동되는 구조로 설계된 셈입니다.
◇ 시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 엑스포장
▲ 사라고사시에 거주하는 마리마르 씨(왼쪽)와 파울라 씨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엑스포장의 '생활화'였습니다.

엑스포장 부지는 건물 내부에 그치지 않고 외부 공간까지 시민의 일상으로 흡수됐습니다.

사라고사시에 거주하는 파울라 씨는 "이곳은 달리기나 산책, 일상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자주 찾는 공간"이라고 말했습니다.

마리마르 씨는 "커플들이 오후를 보내러 오기도 하고, 여름에는 콘서트와 물놀이가 열리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엑스포가 끝난 뒤에도 공간이 매일 쓰이는 이유가 시민의 언어로 확인된 장면입니다.
◇ 사후활용을 가능하게 한 '돈의 구조'
▲ KBC가 세계박람회 사후 활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스페인 사라고사를 현지 취재 중인 모습

사라고사의 사후활용은 재정 구조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사라고사는 아라곤주의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인해 엑스포 전체 투자액 8억 유로 가운데 75%에 해당하는 6억 유로를 민간 투자로 조달했습니다.

이 조건이 오히려 사후활용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개최 이전부터 민간과 협력해 엑스포장 50% 이상에 대한 임대계약을 완료했고, 엑스포 개막 전 이미 대부분의 사후활용 계획이 확정됐습니다.

현지에서는 "2008 사라고사 세계엑스포 지역 재활용에서 관광이 핵심 역할을 했고, 이는 활용 전략이 명확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엑스포장 부지는 폐막 직후 문화·오락·스포츠 기능을 갖춘 비즈니스 공원으로 전환됐고, 이후 미술관과 연구소, 공공기관이 들어섰습니다.

▲ 사라고사박람회의 랜드마크인 파빌리온 브릿지

브릿지 파빌리온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 박물관으로 활용되며 공익적 가치까지 이어졌습니다.

10년 넘게 꾸준한 투자 유치를 이어온 사라고사는 이제 '스페인 5대 마이스(MICE) 도시'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라고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엑스포를 일회성 행사로 소비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와 활용을 이어가며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으로 전환했다는 점입니다.

사라고사의 선택은 지금 여수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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