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신 변호사 상종가...유착 우려에 '전경예우' 주의보

작성 : 2026-02-23 06:55:03
▲ '매니저 갑질·불법 의료행위 의혹' 박나래, 첫 경찰 출석 [연합뉴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수사 권력의 중심추가 경찰로 이동하며, 법조계 고질병인 '전관예우' 역시 함께 옮겨붙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형 로펌들이 경찰 출신 변호사 모시기에 나선 것은 구문이고, 일각에선 수사의 공정성을 해치는 '전경예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태평양·세종·광장·율촌 등 5대 로펌에 소속된 경찰 출신 전관 변호사는 150여 명에 이릅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재량권이 대폭 확대되면서 시작된 '경찰 영입' 현상이 검찰청 폐지를 목전에 두고 정점을 찍고 있다고 합니다.

중소 로펌까지 넓일 경우 경찰 출신 변호사는 그야말로 상종가를 치고 있습니다.

최근 변호사업계에선 검사 출신은 뽑는 곳이 확연히 줄어든 반면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찰 출신은 서로 데려가 조직을 키우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이들의 활약은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방송인 박나래씨의 탈세 의혹 등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광장에는 박씨 사건 수사 책임자였던 전직 경찰 간부 A 변호사가 '하루아침에' 합류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광장 측은 박씨 고발 전에 이미 입사가 결정됐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책임자가 옷을 벗자마자 피의자가 선임한 로펌으로 직행하고 사실상 방패막이로 합류한 모양새라 공직윤리 논란과 함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증거인멸과 국회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의 두 차례 경찰 조사에는 세종 소속의 경찰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동행해 방어막을 쳤습니다.

대형 로펌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B 로펌은 구성원 6명 중 4명이 경찰 출신입니다.

홈페이지에는 "서울청 수사대, 서울·인천 수사과장, 강력·형사팀장 등 1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변호사들"이라고 적힌 배너를 내걸고 '수사통'임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는 김경 전 서울시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아내 이 모 씨는 B 로펌의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유착 비리 가능성입니다.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장(총경) 출신 C 변호사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버닝썬 사건 등을 수사했던 C 변호사는 2019년 이직 당시 로펌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며 경찰 전관 영입 경쟁의 신호탄을 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불과 5년 뒤인 2024년 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 비리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12월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러한 유착 우려는 경찰 조직 특유의 불투명한 구조와 맞물려 더욱 증폭된다는 평가입니다.

수사 검사나 부장·차장검사, 검사장 등 간부들의 사법연수원 기수와 과거 근무 이력이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되는 검찰과 달리, 경찰은 워낙 인원이 많은 데다 수사관이나 간부들의 이력을 외부에서 알 방법이 사실상 전무합니다.

입직 경로도 경찰대, 경찰간부후보, 순경 공채, 경력채용, 특채 등 다양합니다.

이런 '정보 비대칭성' 속에서 경찰 전관의 몸값과 가치는 기형적으로 뛸 수밖에 없습니다.

내부 사정에 밝은 전관들만이 수사 라인의 출신과 이력은 물론 사적 친분까지 꿰뚫고 있기 때문입니다.

밀실 속 '짬짜미'를 부추기는 구조입니다.

검찰의 직접수사가 제한되고, 보완수사마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젠 경찰 독주를 견제할 마땅한 방법도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고위층, 정치인과 재력가는 인맥이나 재력을 들여 '황금 방패'를 동원해 경찰 수사에 대처할 수 있지만, 일반 서민들은 경찰 수사 단계부터 기소, 재판까지 이중삼중의 부담을 떠안는 형국입니다.

법원은 변호사가 법정 밖에서 판사 설득을 시도하는 '소정 외 변론'을 금기시하고, 검사도 변호사법 에 따라 퇴직 전 근무 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은 일정 기간(1년) 수임이 제한됩니다.

검사장급은 3년간 대형 로펌 취업이 불가합니다.

반면 경찰의 경우 판·검사처럼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고문 등의 형태로 '우회로'를 만들어 직접 사건은 맡지 않는 외관을 띠며 물밑에서 깊숙이 관여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경찰 권한 비대화에 맞춰 감시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이 커진 만큼 전관예우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며 "경찰도 영리 목적의 변호사 개업 제한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통해 의심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2023년 폐지했던 '수사 감찰'을 재가동해 사건 관계인과의 부적절한 접촉 여부를 검증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조직 내부의 '셀프 감찰'인 만큼, 제 식구 감싸기로 흐를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검찰처럼 수사 라인의 이력과 기수를 알 수 있게 해 피의자 변호인과의 유착 여부를 외부에서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립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 등에 따라 (퇴직 경찰과의) 사적 접촉 신고 제도와 사건 문의 금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정도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다른 기관에 비해 이해충돌 방지 노력을 강화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담당자 공개에 대해서는 "오히려 누가 어떤 사건을 담당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투명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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