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 바란다]김민철 광주광역시의사회 공보이사 "지방의료의 위기..지역소멸에 이어 국가위기로"

작성 : 2025-06-07 11:00:03
▲ 김민철 광주광역시의사회 공보이사

[새 대통령에 바란다]김민철 광주광역시의사회 공보이사 "지방의료의 위기..지역소멸에 이어 국가위기로"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께 진심어린 축하를 보냅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한 지방도시에서 18년째 일하고 있는 평범한 의사입니다.

지난 정부의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목적만이 다분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대한민국의 의료 교육과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바라보는 것은 몹시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계엄사태와 탄핵 정국 속에서 다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저 또한 민주주의가 다시 서고 의료 현장의 혼란이 하루 빨리 수습되기만을 바라왔습니다.

의료인 모두가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하겠습니다.

이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의료계와 지역사회의 절박한 목소리를 당선인께 전하고자 합니다.

지방의료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열악하며 큰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한의원과 통증, 미용 관련 의료기관은 포화상태에 있으나 정작 환자를 수술하고 분만하고, 응급한 처치를 할 소위 필수의료 인프라는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구 140만 명에 주변 시군까지 아우르는 광주광역시의 분만병원은 2013년 24곳에서 2025년 현재 단 6곳만이 남아 있습니다.

정작 지역에서 치료가 가능한 중증 질환 환자들은 KTX로 2시간 거리의 서울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지역 병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 동시에, 지역의 필수 의료진 양성엔 애를 먹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과도한 의료 소송과 그에 따른 배상액, 심지어 형사처벌의 부담으로 필수의료를 선택하는 지방의 젊은 의사들의 수는 해마다 줄고 있고, 필수의료에 종사하던 많은 의사들이 응급, 중증 질환을 보는 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런 지방의료의 위기는 단순한 의료문제를 넘어, 지역 소멸과 직결된 국가적 위기입니다.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으면 젊은 세대가 지역을 떠나고, 인구 감소는 다시 의료 인력 유치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 악순환을 끊어낼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이 절실합니다.

지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은 의료 현장의 현실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정치적 목적과 단기적 효과만을 노린 졸속 행정이었습니다.

그 결과, 의료계와 정부 간의 신뢰는 산산이 부서졌고, 의료 시스템의 근간마저 흔들렸습니다.

지방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려야 할 결정적인 시기에 정치인들을 오히려 대한민국의 의료를 퇴보시킬 선택을 하고 만 것입니다.

전공의들의 사직과 의과대학생들의 휴학, 의료현장의 혼란, 국민의 불안이 커졌으며, 의료진에 대한 법적·행정적 압박까지 더해졌습니다.

의사들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러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의 전문성과 자율성은 철저히 무시되었고, 의료 현장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 반복되었습니다.

전공의와 학생들은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삼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마지막 호소를 하였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당선인께서 선거운동기간 의료 정상화의 의지를 피력하고 책임자 처벌을 약속해주신 것이 학생들과 전공의들이 돌아오는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저는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의료정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님께 저는 다음의 세 가지 내용을 반드시 실천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첫째, 의료 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있어서 사회적 합의와 현장 소통을 최우선으로 해주십시오.

임상경험이 없는 어용학자들과 일부 무능력한 행정가들을 배제하고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을 진료하는 필수고 의료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정책 당사자인 의료계가 직접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리적이고 과학적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구체적인 증원 규모와 방식, 필수의료 인력 확충 방안 등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결정되어야 합니다.

둘째, 지방의료 및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 지원 대책을 추진해 주십시오.

단순한 의대 정원 확대나 아니라, 지방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에게 충분한 인센티브와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안정적인 근무환경이란 비단 경제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소신껏 힘들고 어려운 환자들도 두려움 없이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까지를 포함합니다.

앞서 광주 분만 병원의 실상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광주에 의사 수가 부족할까요.

의사가 없어서 분만병원이 폐업을 할까요?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분만의사, 필수의료 의사들은 최선을 다한 과정의 결과에 따라 10억 이상의 소송에 휘말리고 있고, 선진국의 1/4 밖에 되지 않는 분만수가로 인해 24시간 의료 인력을 유지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들을 붙잡고 돌아오게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들이 지방에, 분만현장 머물 수 있는 경제적, 법적 안전판을 만드는 새 정부의 의료 정책을 기대합니다.

셋째, 전 정부의 의료 농단에 맞서온 전공의들과 의과대학생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십시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은 그간 전공의들의 희생이 기저에 깔려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선, 그리고 당장 의사 및 전문의들의 배출이 중단되어 맞이할 국가적인 재앙을 막으려면 학생들과 전공의들이 반드시 돌아와야 합니다.

부디 그들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대화와 도움을 아끼지 않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의료계가 지난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으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진정한 의료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와 소통이 필요합니다.

의사들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때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 더 이상 의료진만의 외로운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 국민과 의료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의료정책을 펼쳐주시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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