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딸 굶겨 죽인 비정의 20대 엄마...미안해요, 무간도, 무간지옥(無間地獄)[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6-03-31 16:33:56 수정 : 2026-03-31 21:10:10
20대 초반에 첫째 딸 출산...둘째 딸 낳은 것 '후회'
아이는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놀이공원에...'학대치사'
▲ 생후 20개월 된 딸을 방임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친모가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생후 20개월 딸 굶겨서 사망...검찰, 아동학대살해 혐의 29살 친모 구속기소
생후 20개월 된 딸을 방치해 굶겨 죽인 29살 친엄마가 구속기소 됐습니다.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와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29세 여성 A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30일 밝혔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생후 20개월 난 딸에게 우유나 이유식 같은 생존에 필요한 영양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입니다.
◇ 영양결핍, 탈수...사망 당시 몸무게 4.7kg, 20개월 여아 평균체중 절반도 안 돼
숨진 20개월 여아는 지난 4일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몸무게가 4.7㎏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20개월 여아 평균체중이 10.4㎏ 정도 된다고 하는데,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몸무게입니다.

영양결핍과 탈수로, 말 그대로 몸이 반쪽이 돼서 굶어 죽은 겁니다. 말도 못 하고 얼마나 배가 고프고 본능적으로 무서웠을까요. 겨우 20개월인데.

숨진 아이는 둘째 딸인데, 조사 결과 A씨는 평소 둘째 딸을 낳은 것을 후회하며 아이를 키우고 기르는 걸 귀찮게 여겼다고 합니다.

특히, 사망 직전인 2월 28일부터 숨진 채 발견된 3월 4일까지 닷새 동안 총 120시간 가운데 92시간가량 아이를 집 안에 홀로 둔 채 놀이공원 등으로 외출을 나갔다고 합니다.
◇ 아이는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놀이공원...120시간 중 92시간 아이 놔두고 '외출'
아이가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놀이공원...

초등학생 첫째 딸이라고 온전한 보살핌을 받았을 건 아닙니다.

A씨의 집은 애완동물의 배설물과 생활쓰레기, 담배꽁초, 오염된 식기류 등등. 변기엔 배설물이 그대로 묻은 채 방치돼 있고. 집 환경이, 한마디로, 차마 눈 뜨고 못 몰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고 합니다.

'뭐가 좀 이상하다'는 친척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지난 4일 저녁 8시쯤 20개월 둘째 딸이 숨진 걸 발견하고 인천 남동구 A씨 자택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이 사건은 당초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송치했는데, 검찰은 집 안에 있던 홈캠 영상 재분석과 첫째 딸에 대한 참고인 조사, 통합심리분석 등 보완수사를 거쳐 혐의를 아동학대치사에서 아동학대살해로 변경해 기소했습니다.
◇ 검찰, 살인의 고의 인정...아동학대치사에서 아동학대살해로 혐의 변경해 기소
▲ 생후 20개월 된 딸을 방임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친모가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치사와 살해, 이렇게 하면 얘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죽겠구나. '살인의 고의'를 인정해 적용 혐의를 바꾼 겁니다.

하루하루 말라 죽어가는 동생을 보는 초등학생 언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나도 굶어 죽는 건 아닌가, 무조건 엄마 말 잘 들어야지,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앞서 A씨는 지난 7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변경 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습니다.

포승줄에 묶여 호송 경찰들이 팔짱을 낀 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법원에 나온 A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인정하느냐", "아기가 숨진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 20대 초반에 첫 출산, 남편 없이 두 딸과 생활..."아기에게 미안"
다만,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짧게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남편 없이 혼자 두 딸과 생활해 왔다고 합니다.

첫째 딸이 초등학생이라고 하니 최소한 7살은 넘었을 겁니다. A씨가 29살이라고 하니 20대 초반에 아이를 낳았을 겁니다.

처음에 만났을 땐 서로 좋아 죽었을 거고 그러니 관계도 맺고 딸도 낳고 했을 겁니다. 둘째 딸까지 낳은 걸 보면 어찌 됐든 첫째 딸 출산 이후에도 관계가 이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남녀 사이의 일, 둘 사이의 일이야 본인들만 아는 것, 언제 어떻게 남편이 A씨를 떠났는지,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으나, 사는 게 순탄하진 않았을 거라 짐작합니다.

A씨는 별다른 수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기초생활보장 수급과 한부모 가구로 매달 생계급여와 아동수당 등 300만 원 넘는 지원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 생계급여·아동수당 등 월 300만 원 넘는 돈 수령...강아지 4마리, 고양이 1마리도 길러
300만 원,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할 순 없겠지만, 아이 분유나 우유 사줄 돈이 없어서 굶어 죽을 만큼은 아니지 않았나 싶습니다. 푸드뱅크 같은 것도 타 갔다고 하고. TV 화면을 통해 본 A씨도 전혀 마른 것 같지 않고.

A씨는 집에서 강아지 4마리와 고양이 1마리, 도합 5마리도 '길렀다'고 합니다.

인천 남동구청에 따르면 4일 A씨가 긴급체포된 뒤 나중에 구청에서 다시 A씨 집에 가보니 강아지 두 마리가 죽어있었다고 합니다.

죽은 지 오래되지 않아 심하게 부패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A씨가 체포되기 전에 죽은 건지, 체포된 뒤에 죽은 건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20개월 딸아이 밥은 안 챙겨주면서 강아지나 고양이 먹이는 꼬박꼬박 챙겨줬다면, 이유가 무엇이든, 그건 그것대로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일입니다.

딸도 먹을 것 안 챙겨서 굶겨 죽이는 판에 강아지나 고양이가 뭔 대수,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제때 밥을 안 주고 굶겼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 죄를 짓는 일일 것입니다.

죄를 짓는 사람들이 가는 곳, 지옥. 불교에 '무간지옥'(無間地獄)이라는 지옥이 있습니다.
◇ 끊임없는 고통, 무간지옥...자식을 굶겨 죽인 엄마, 그 죗값을 어떻게...
▲ 생후 20개월 된 딸을 방임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친모가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열반경' 등에 나오는데, 8개의 펄펄 끓는 팔열지옥(八熱地獄) 가운데서도 제일 밑바닥에 있는 지옥입니다.

무간(無間) 없을 무(無), 사이 간(間). '무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곳에서 받는 고통이 사이 없이, 간극(間隙) 없이, 끝없이 필설로 형언할 수 없는 처절한 고통이 계속되기 때문에 '무간지옥'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흔히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고 하는데, 끊임없이 고통의 비명을 질러대는 '규환지옥'(叫喚地獄)이 팔열지옥의 네 번째 지옥이고. 팔열지옥의 8번째, 맨 밑바닥 지옥, 무간지옥이 바로 '아비지옥'(阿鼻地獄)입니다.

코 비(鼻) 자를 쓰는 아비지옥은 달리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산스크리트어 '아비치'(Avīci)의 음역입니다. 아비지옥이 산스크리트어의 음을 따온 것이라면 무간지옥은 그 뜻을 따온 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양조위와 유덕화가 나오는 2000년대 초에 제작된 홍콩 느와르 영화 무간도(無間道). 이 무간도가 바로 무간지옥에 이르는 길입니다.

불경에 따르면, 이 무간지옥은 5역죄를 범한 사람들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5역죄는 살부(殺父), 아버지를 죽이는 것. 살모(殺母), 어머니를 죽이는 것. 살아라한(殺阿羅漢), 수행 깊은 아라한을 죽이는 것 등 다섯 가지 죄입니다.

이 5역죄에도 자식을 죽이는 죄는 없습니다. 그 죄가 아비나 어미를 죽이는 것에 비해 결코 가볍지가 않아서가 아니라. 세상에 부모가 제 자식을 제 손으로 죽이는 죄를 범하는 걸 생각하지도, 상정하지도 않아서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다시 A씨로 얘기로 돌아오면, 인천지검은 "피고인에게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20개월 짧은 삶, 채 봉우리도 피우지 못하고...더 촘촘한 사회안전망 고민 필요
이제 겨우 20개월 된 딸을 굶겨 죽인 엄마. 무간지옥보다 더한 지옥에 이르는 무간도를 스스로 놓은 엄마. 세속의 처벌을 떠나서 그 죄를 어찌 다 감당할까요.

낳는다고 저절로 다 부모가 되는 건 아닙니다.

집 안에서 20개월 딸을 굶겨 죽인 걸 사회나 국가가 어떻게 알고 막을 수가 있나, 어떻게 보면 불가항력 아니냐는 생각도 한편으론 들긴 드는데.

정말 이런 비극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뭐라도 고민을 더 해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채 봉우리도 못 피우고 20개월 짧은 삶을 살다 떠난 아이의 명복을 빕니다.

검찰은 "초등학생 첫째 딸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피해자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정말 남은 아이라도 사회나 국가가 잘 보살펴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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