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축유 스와프' 전격 시행...'중동전쟁' 원유 수급 차질 대응

작성 : 2026-03-31 14:48:14 수정 : 2026-03-31 15:28:22
정유사에 비축유 먼저 빌려주고, 대체 물량 확보 때 상환·정산
정유 4사 모두 신청, 2천만 배럴 규모..."중동산 원유 확보 숨통 트일 것"
▲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 [한국석유공사]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유 수급과 석유제품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비축유 스와프(SWAP·교환) 제도를 전격 도입했습니다.

정유사가 원유 대체 물량을 확보한 뒤 이를 증명하면 정부가 비축유를 먼저 빌려준 뒤 대체 물량의 국내 도착 시 이를 비축유 탱크에 돌려받는 방식으로, 원유 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입니다.

산업통상부는 31일 정부세종청사 '중동 상황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이날부터 '정부 비축유 SWAP 제도'를 도입해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비축유 SWAP 제도는 정부가 보유한 비축유를 민간 정유사가 대체 도입하기로 한 원유와 맞교환하는 개념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내 정유사의 의존도가 높은 중동산 원유 도입에 차질이 빚어지자 정부가 비축유를 긴급대여 방식으로 정유사에 우선 빌려준 뒤 돌려받아 석유제품 생산 차질 등 우려를 완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비축유 스와프는 비축유 방출과는 다릅니다. 정유사가 대체 물량을 확보해야만 비축 원유를 내어주기 때문에 대체 물량 확보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고, 정부 입장에서는 비축유 재고가 결과적으로 소진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SWAP 절차는 정유사가 대체 물량 선적 서류를 제출하면 산업부와 석유공사가 타당성 검토 후 비축유를 제공하고, 대체 물량 선박이 국내에 도착하면 석유공사 비축유 기지에 원유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용합니다.

중동 전쟁으로 중동산 원유 수입 길이 막히면서 정유사들이 아프리카, 미주, 호주 등 각지에서 원유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선 가운데 대체 물량의 국내 도입에 걸리는 시간이 14∼50일에 달하는 만큼, 일시적 도입 차질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원유 도입 계약을 맺고 실제로 원유를 선적해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호주산은 14일, 중동산은 20일, 미국산은 50일 정도가 소요됩니다.

비축유 SWAP 제도는 4∼5월까지 2개월 동안 실시한 뒤 추후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아 1개월씩 연장할 수 있습니다.

정산 가격은 비축기지 기본 대여료에 기업의 대체 물량과 정부 비축유 간 가격 차액을 더해 받습니다.

가격 차액은 비축유 월평균 현물 가격에서 대체 물량 실제 구매가격을 뺀 값으로 책정해 월말에 사후 정산합니다.

가격이 급등 중인 중동산 원유를 비축유로 제공받고, 추후 같은 물량을 미국산 원유로 상환하는 경우 그 차액만큼을 더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산업통산부는 "사전 수요 조사에서 국내 정유 4사 모두 비축유 SWAP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신청했고, 4∼5월 신청 가능 물량이 총 2천만 배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오늘부터 공식 접수를 하는데, 1개 정유사가 200만 배럴 규모의 SWAP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중동산 원유 도입을 전제로 석유 블렌딩 설비를 갖춰 놓은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보유한 중동산 비축유를 먼저 꺼내 쓴 뒤 나중에 다른 지역에서 확보한 원유를 반납해도 되기 때문에 제도 활용 유인이 큽니다.

산업통산부는 또 "정부 비축유 중 중동산 비중이 가장 높고 2천만 배럴 이상이어서 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산업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 지역에 발이 묶인 우리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7척으로, 총 1,400만 배럴 규모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산업통산부는 "정부가 파악하기로는 6월까지 비축유 방출을 포함해 (국내 원유) 수급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기업들이 얼마나 대체 물량을 확보하느냐와 중동 사태가 언제 정리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예멘의 친(親)이란 성향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홍해 통항이 추가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해양수산부 등과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부는 원유 도입 차질에 따른 주요 석유제품 공급망 수급 상황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약품, 조선 등 관련 품목 중 헬륨과 브롬화수소, 황산, 에틸렌 등은 상반기까지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파악됐다며 특히 수액포장제의 경우 3개월간 수급 차질이 없도록 조처했고, 대체 공급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생활필수품, 보건·의료 등 필수제품 원료인 석유화학제품의 공급 차질 방지를 위한 매점매석 금지 등 조치도 추진해 보건의료, 생필품, 핵심 산업 등 중요 품목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고려해 배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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