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일부 중단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러시아가 이 틈을 노려 대규모 여름 공세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네 번째 여름을 맞이한 가운데 러시아는 최근 전선에서의 지상 공격은 물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들에 대한 폭격을 전례 없이 강화하고 있습니다.
AP통신과 WSJ의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군은 3일 밤부터 4일 새벽 사이 7시간에 걸쳐 드론 539대와 미사일 11발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공습했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본격적인 침공을 개시한 이래 우크라이나에 가한 최대 규모의 공습으로, 이로 인해 최소 1명이 숨지고 어린이를 포함해 26명 이상이 부상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28일 밤부터 29일 새벽까지 공습에서 동원했던 드론 477대와 미사일 60발보다 더 많은 공격 무기를 쏟아부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집중 타격 대상으로 삼아 공습을 강화하는 동시에, 1천km에 이르는 전선 곳곳에서 육상 공세 또한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에 약 5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켰으며, 이 지역의 중심도시에서 약 20km 거리까지 진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해당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전투병력이 3대 1 비율로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직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추가 진격을 막아내고 있으나, 전선의 몇몇 지점에서는 러시아군의 공세 강화로 압박 강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WSJ은 러시아군의 진군 속도가 비록 더디고 러시아 측의 인명 피해도 크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점령한 영토를 늘리는 것 자체가 러시아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WSJ은 푸틴 대통령의 목표가 우크라이나의 병력과 장비를 파괴하고 소모토록 유도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에 대한 국내 민간인들과 서방 국가들의 지지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러시아의 공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이뤄져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3일 밤 공습을 시작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휴전 제안을 거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력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유리 우샤코프는 통화 내용에 대해 "우리 대통령은 러시아가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전하며, 러시아의 목표가 "잘 알려져 있는 현재 상태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런 목표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WSJ은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던 미국이 전쟁에서 발을 빼려는 틈을 타서 우크라이나의 군과 민간인들에 대한 압박을 가중해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과 의지를 꺾어버리겠다는 것이 푸틴의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WSJ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공급을 중단한 무기들 중에는 그간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을 러시아 공습으로부터 보호해왔던 방공 미사일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미국 레이시언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공급받아 사용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재고 부족'을 이유로 들면서 패트리엇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공급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패트리엇 미사일을 구입해 우크라이나에 보내줄 용의가 있다며 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4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이 방안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실제로 미국 정부가 패트리엇 추가 수출에 동의해줄지 등은 아직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은 전방에서 멀리 떨어진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드론으로 타격하고 러시아 고위 지휘관들에 대한 표적 공격을 강화하여 러시아의 전쟁 수행 역량에 타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반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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