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기가 지난 펀드 투자금의 반환을 미뤄온 증권사에 대해 법원이 손해액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특히 투자자에게도 일부 책임을 묻던 기존 관행을 깨고, 금융기관의 책임을 100% 인정하는 이례적인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 10일 70대 여성 A씨가 B증권사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투자원금에서 이미 받은 수익금을 뺀 2억 6,588만여 원 전액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원고가 청구한 실질 손해액을 온전히 인정한 결과입니다.
A씨는 지난 2019년 주거래 은행을 통해 같은 지점 내에 있는 B증권사 직원을 소개받았습니다.
당시 해당 직원은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1등급 초고위험 사모펀드인 부동산 펀드를 권유했고, A씨는 여기에 3억 450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영화관 임차인들과의 분쟁이 발생하고 부동산 매각이 무산되면서 불거졌습니다. 당초 정해진 펀드 만기일을 두 차례나 넘겼음에도 A씨는 결국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A씨는 투자 당시 상품의 초고위험 구조나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고, 투자자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권유해야 하는 기본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B증권사 측은 반환 의무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부동산 매각이 완료되지 않아 펀드의 현금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계약 종료 상태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증권사 측은 "현금 반환이 어렵다면 펀드 증서라도 그대로 넘겨달라"는 요구조차 거부했습니다.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사모펀드의 최소 투자 기준이 5억 원으로 올랐기 때문에, 3억 원을 투자한 A씨는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피고가 투자자의 최신 정보를 파악하지 않은 채 은행으로부터 부적절하게 전달받은 정보에만 의존해, 고령의 취약 금융소비자인 원고에게 무리하게 초고위험 상품을 권유했다"며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이어 "투자 기준 금액 제한은 펀드를 새롭게 발행할 때 적용되는 규제일 뿐, 기존 계약을 정산하고 반환하는 단계에 적용할 수는 없다"며 "금융기관의 의무 위반이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약관 등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배상액을 깎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전액 배상을 판시했습니다.
원고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대륜 남권율 변호사는 "원고는 의식불명 상태인 아들의 치료비와 사별한 배우자를 대신해 가족의 생활비를 지원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며 "은행 지점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공간에서 취약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자금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 초고위험 상품을 권유한 것은 명백한 불완전판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동안 관행적으로 적용되던 투자자 과실 상계를 깨고 금융기관의 책임을 100% 인정한 이번 판결은 가해자에게 더 이상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법원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매우 의미 있는 선례"라고 설명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