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음식이 쓰레기 같았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이민 당국에 체포됐던 지 모 씨는 구금 시설에서 제공된 식사에 대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12일 대한항공 전세기 KE9036편을 타고 고국 땅을 밟은 330명(한국인 316명·외국인 14명) 중 인터뷰에 응한 근로자들은 입을 모아 열악했던 구금시설의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엔지니어인 조 모 씨는 "인권 보장이 안 됐다"며 "2인 1실을 쓰는데 숙식하는 곳에 변기가 같이 있어 생리 현상 해결이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구금된 뒤에는 7일간 일반 수감자와 같은 대우를 받았습니다.
호송 버스에 내린 뒤로는 수갑은 풀어줬고 '죄수복'을 입고 생활했습니다.
다만 초반에 강압적이던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태도는 점차 변했다고 합니다.
조 씨는 "처음에는 되게 강압적이고 저희를 범죄자 취급하는 태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는지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면도하지 못해 턱수염이 덥수룩했습니다.
조 씨 모친은 꽃다발을 전달했고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조 씨를 안았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조 씨는 "나 건강해. 왔잖아"라고 말하며 가족을 안심시켰습니다.

현대차 계열사 직원인 이 모 씨도 "침대, 샤워시설 등이 너무 열악해 생활이 힘들었다"며 "매끼 식사를 다 하지 못할 정도로 음식이 엉망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LG CNS 협력업체 직원인 김 모 씨는 "추웠다. 온도를 올려달라고 했는데도 일부러 떨어뜨리는 건지 싶은 정도였다"며 "이제 미국에 못 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구금시설은 동마다 100명이 있었고, 방은 50개였다고 합니다.
단속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한 협력사 소속 안전관리자는 "(쇠사슬에 묶여 끌려갈 때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며 "가족들이랑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다. 뭐든 좋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저는 나중에 나와서 몰랐는데 체포 과정에서 사람들이 공포스러웠다고 하더라. 막 총구를 들이밀고 그랬다더라"고 했습니다.
또 현지 영사관이 직원들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나갈 수 있다'는 정보를 줬다면서 "(석방이 갑자기 미뤄졌을 때) 아침까지 정보가 없어서 저희도 당황스럽긴 했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호송차를 타고 갈 줄 알았는데, 수갑이랑 족쇄, 몸에 쇠사슬을 감는 것을 보고 '이게 단순히 이동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점검 나오는 것은 전혀 인지 못 했다. 정신이 없었다"며 "현장에서 정보를 듣는 건 한정적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남성 직원은 "언제 나갈지를 계속 몰라 그게 제일 힘들었다"며 "안에 있는 동안 생활은 최악이었다"고 돌아봤습니다.
직원 옆에는 중학교 1학년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아빠를 보니까 너무 좋다. 오랜만에 봤다"며 "아빠랑 게임하면서 밤을 새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미 당국의 조처가 논란이 됐던 가운데, 또 다른 직원은 회사로부터 단속에 대비하라는 안내를 따로 받지는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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