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고공 행진 중인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내일부터 전격 시행합니다.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넘기는 공급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해 널뛰는 국내 유가를 안정시킬 방침입니다.
1차 최고가격은 리터(L)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됐습니다.
이와 함께 석유 제품의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는 고시를 동시에 시행해 국내 수급 차질을 막고 전국 주유소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해 가격 교란 행위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석유 최고가격제는 관보 게재를 거쳐 13일 0시부터 전격 시행됩니다.
◇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 설정…2주 단위로 최고가격 재설정

정부가 전격적으로 시장 가격에 개입한 이유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치솟은 국제 유가가 통상 2주 걸리던 시차 없이 국내 가격에 즉각 반영되며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전날인 지난달 27일 이후 휘발유는 이날 아침 7시 30분 기준으로 L당 200원, 경유는 300원 이상 폭등했습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3월 초 들어 국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튀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부는 1차 최고가격으로 L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는 지난 11일 정유사가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에 비해 각각 휘발유 109원(1,833원→1,724원), 경유 218원(1,931원→1,713원), 등유 408원(1,728원→1,320원)이 저렴한 수치입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13일 0시부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정해진 최고가격은 국제 유가 상황을 반영해 매 2주 단위로 다시 계산되고 재설정됩니다.
적용 대상은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보통휘발유, 경유, 등유입니다.
소비층이 제한적인 고급휘발유는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해상 운송비가 추가로 드는 도서 등 특수 지역은 물류 여건을 고려해 5% 이내 범위에서 별도의 최고가격 산정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습니다.
정부는 전국 주유소가 지역별로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고 경영전략, 운영방식도 제각각이라 일률적인 규제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소비자가 직접 마주하는 판매가격 대신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대신 전국 1만 300여 개 주유소에 대한 감시는 더욱 촘촘해집니다.
정부는 카드 결제 데이터 등을 통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수집되는 전국 주유소 판매 가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양 실장은 "특별히 가격이 튀는 업체를 집중 감시하면 충분히 가격 관리가 가능하다"며 "시민단체와 함께 석유공사 오피넷이나 내비게이션 등을 통한 가격 공개를 강화하고, 저렴하고 품질 좋은 '착한 주유소' 공표 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매점매석 고시'로 공급 위축 방지…'유류세 인하'는 일단 빠져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으로 시중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을 대비해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재정경제부는 오는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두 달간 '석유제품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할 예정이며, 필요시 연장하겠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휘발유·경유·등유 품목을 대상으로, 석유정제업자·석유판매업자에 적용합니다.
석유정제업자의 휘발유·경유·등유 월간 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반출량의 90% 이상이 되도록 규정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석유판매업자에게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 업체에 과다하게 공급하는 행위도 금지합니다.
최고가격이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인상될 것을 대비해 물량을 출하하지 않고 미루는 행위 등을 방지하는 겁니다.
주유소 등 석유판매업자는 폭리를 목적으로 석유류를 과다하게 구입하거나 보유할 수 없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소비자에게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도 금지됩니다.
산업통상부와 지방정부는 매점매석행위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위반 행위 발견 시에는 물가안정법상 시정명령·형사처벌까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에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는 빠졌습니다.
정부는 향후 국제유가 변동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단기 대책으로 최고가격을 기한을 정해 운영하고, 운영 이후 가격변동을 봐야 할 것 같다"며 "이후 국제유가가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오르면 유류세 인하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취약계층에는 보조금 등 직접 지원 정책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정부는 가격 통제로 인한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사후 정산'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최고가격 지정으로 정유사가 손실을 보았을 경우 회계, 법률, 교수 등 석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통해 분기별로 손실액을 보전해줄 계획입니다.
각 정유사가 계산한 손실액을 회계법인이 검증하고 정산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유가가 하락하는 시점에는 정유사가 최고가격 덕분에 이익을 얻는 구간도 생길 수 있어 정부는 수익·손실을 정밀하게 따져 사후 정산할 방침입니다.
정부는 이번 최고가격 지정이 인위적인 통제보다는 시장 안정화에 목적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양 실장은 "요즘은 국제유가 변동폭이 너무 커서 소비자들이 내일 가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도의 해제 시점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 5분의 1을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과 국제 유가 추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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