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광역시 북구가 두 차례의 극한 호우로 초토화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가운데, 피해 복구가 한창인 시점에 지역 경찰서 안에서 '놀이판'이 벌어져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8일 오전 10시, 광주 북부경찰서 내 광주경찰청 소속 광역정보팀 사무실.
업무가 한창이어야 할 시간에 문밖으로는 함성과 웃음소리가 쏟아졌습니다.
"파이팅" 구호와 함께 가위바위보 게임이 이어졌고, 분위기는 마치 회식 자리 같았습니다.

이 자리는 광주경찰청 소속 총경 A과장이 주관한 '간담회'였습니다.
피해 복구가 절박한 상황에서 이 같은 여흥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광주 북구는 이번 호우로 두 차례 침수 피해를 입어 수백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현재도 주민과 봉사자들이 진흙을 퍼내고 집과 상가를 복구하는 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서 안에서는 업무와 무관한 행사가 열려 주민들은 "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게 맞느냐"는 냉소를 보였습니다.
수해대책위원회 문종준 위원은 "옆 동네 신안동은 상갓집과 다름없는 상황인데, 부서가 다르다고 해서 이런 행태를 보이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왔습니다.
몇몇 관계자들은 "다른 팀 회의가 딱딱했다는 이유로 '게임을 발굴해 오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며 "회의에서 준비한 게임을 발표까지 해야 했으니 갑질 아니냐"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에 대해 A 과장은 "직원들과 친해지고 소통하기 위한 취지였지, 게임이 목적은 아니었습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번 논란은 최근 대통령이 수해 지역 공무원들에게 기강을 바로 세울 것을 거듭 강조한 시점과 맞물리며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재난 상황에서 공무원은 한 치의 해이함도 보여선 안 된다"고 지시했지만, 이번 사건은 이러한 기강 강화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입니다.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직원 간 소통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피해 주민과 소통하고 복구에 힘을 보탤 때입니다"라며 "경찰의 현장 민심 외면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재난의 한가운데에서 공공기관이 보여야 할 책임감과 현장감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댓글
(0)